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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2005) review
MINJUEUN.
Late Registration - Kanye West
플레이타임 1시간 10분 25초
- Wake Up Mr. West
- Heard 'Em Say (Feat. Adam Levine)
- Touch The Sky (Feat. Lupe Fiasco)
- Gold Digger (Feat. Jamie Foxx)
- Skit #1
- Drive Slow (Feat. Paul Wall & GLC)
- My Way Home (Feat. Common)
- Crack Music (Feat. The Game)
- Roses
- Bring Me Down (Feat. Brandy)
- Addiction
- Skit #2
-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 (Feat. JAY-Z)
- We Major (Feat. Nas & Really Doe)
- Skit #3
- Hey Mama
- Celebration
- Skit #4
- Gone (Feat. Cam'ron & Consequence)
- Diamonds From Sierra Leone
- Late
배경 이야기
1집 <The College Dropout>을 발매한 신예 래퍼 칸예 웨스트의 당시 영향력은 가히 게임 체인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평론계에서 더 말할 것도 없이 힙합 클래식에 준한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고,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하는 데 성공하는 등 상업적으로도 이미 라카펠라 레코즈(Rockafella Records) 내를 넘어 전 힙합 시장에서도 놀라운 수준의 성과를 보인 것이다. 이전부터 프로듀싱 실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었으나 솔로 데뷔를 하게 될 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을 랩 실력이나 음악 사업 상품으로서의 상업성 등을 의심받고 있었던 칸예는 단 하나의 앨범만으로 한 명의 어엿한 힙합 아티스트로서 그가 얼마든지 성공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때문에 1집 제작 당시에는 다소 애매한 비용의 불안정한 투자를 받았지만, 2집 제작 시기에는 충분한 투자를 받으며 앨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1집의 성공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칸예 웨스트와 데프 잼은 2집 작업에 비용을 마음껏 들일 수 있었기에 무려 2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앨범 제작비로 사용했다.(이때 칸예 웨스트는 약 60만 달러의 빚을 졌는데, 물론 2집의 연이은 성공으로 바로 갚았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상황에서 제작된 앨범이 바로 <Late Registration>인 만큼, 칸예는 자신의 광활한 음악 세계를 구현하며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실험성을 마음껏 좇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의 칩멍크 소울 전문가였던 칸예라도 당시 그가 직면했던 새로운 도전을 돌파하기란 어려웠고, 그토록 거대하면서도 실험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를 보조할 수 있는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가 바로 존 브라이언(Jon Brion)이었다. 피오나 애플의 명반 <When the Pawn...(이하 생략)> 프로듀싱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이 저명한 음악 프로듀서이자 영화 음악감독이 칸예의 시야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였다. 해당 영화를 관람하고 OST에 감명받은 칸예는 다음 앨범의 사운드가 영화 OST처럼 들리길 바랬고, 때문에 <이터널 선샤인>의 음악감독이었던 존 브라이언을 <Late Registration>의 메인 프로듀서로 섭외한 것이다.
힙합 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인디 음악 프로듀서를 힙합 음반 작업의 주축으로 삼은 선택이야말로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칸예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존 브라이언은 칸예의 샘플링으로 설계된 비트 위에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고 악기들을 추가해 공간감을 부여했으며, 때로는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고고함과 웅장함을 더했다. 이처럼 이 앨범이 1집 이상의 완성도를 가진다는 것은 이미 예고된 사항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치에 부응하듯,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2주 간 머물고 400만 장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다가 싱글 'Gold Digger'가 무려 10주 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군림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며 칸예 웨스트가 당시 명실상부 최고의 랩스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음악 스타일
불후의 역작으로 인정받는 칸예 웨스트의 5집 앨범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원래 '힙합의 예술적 한계'라는 평가를 받는 앨범은 <Late Registration>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좀 더 강렬했을 뿐, <Late Registration> 또한 힙합의 형태로서 도달할 수 있는 예술의 극치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며 그 사운드의 정교함과 앨범을 관통하는 유기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5집을 능가한다. <Late Registration> 또한 힙합 클래식으로 당당히 거론되기에 자격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소울, 알앤비, 재즈, 고전 팝, 록, 영화 OST 등 다양한 장르를 탐닉하고 샘플을 골라 모두 '칸예 웨스트의 힙합'이라는 틀에 수용한 본작은 전작 <The College Dropout>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이어짐의 미학'을 극대화시켰다. 사용한 샘플의 원형이 거의 남아있어 멜로디가 다소 단순해질 수 있으나 칸예는 천부적인 차핑 감각으로 샘플에서 최상의 리프만을 추출해냈고, 그렇게 완성한 곡의 사운드에서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곧바로 존의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사운드를 겹겹이 쌓았다. 특히 평소 드럼을 직접 프로그래밍하는 칸예의 성향과는 달리 이 앨범만은 드럼 라인을 외부에서 가져와 빈티지한 드럼의 질감을 백분 살려내는 경우가 많았기에 2005년에 발매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60~70년대 흑인 음악의 향수를 불러온다는 평가가 많다.
<Late Registration>에서 가장 충격적인 변화를 꼽자면 앨범 중 칩멍크 소울 트랙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칸예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하이 피치 보컬 샘플링은 아예 모습을 감췄으며 작법 또한 샘플의 루프를 강조하는 칩멍크 소울의 그것이라기보다는 네오 소울과 재즈 힙합의 결합에 가깝다. 이와 같은 변화는 <The Blueprint>부터 <The College Dropout>까지 칩멍크 소울로 대표되는 라카펠라 스타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대중화되었기에 하나의 스타일에만 의존적인 태도를 가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채택한 것에 기반한다. 전작은 원곡에 어느 정도의 해체와 변형을 거쳐 루프를 만드는 고전적 힙합 방법론을 따랐다면, 본작은 원곡 샘플에 아주 조금의 변형만을 거친 뒤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더욱 선율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Late Registration>이 <The College Dropout>의 개량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핵심 작법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칸예가 지닌 혁신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칸예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방법론 내에서 최고의 사운드를 추구하려 힙합 앨범치곤 이례적으로 무려 오케스트라까지 동원한다. 'Bring Me Down'과 'We Major'가 대표적으로, 바이올린부터 콘트라베이스까지 웅장한 현악 연주는 기존의 칸예 음악이 지니고 있던 서정미와 비장미, 우아미와 숭고미 등을 강화했다. 더욱 고급스러운 경지의 사운드에 도달한 칸예의 음악은 단순히 대략적인 분위기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치밀한 구성의 미학을 가지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고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했던 커먼의 <Be>와 비교하며 만든 티가 나기라도 하듯, <Be>는 철저하게 칩멍크 소울과 소울 차핑 위주의 올드 칸예 프로덕션을 지니고 있었으나 <Late Registration>은 그보다 발전한 힙합 오케스트레이션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강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칸예의 우아미 추구는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에 더불어 오히려 무결한 형태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뿐이 아니라 힙합의 모든 시대를 통틀어도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정점의 프로덕션은 힙합이 타 장르와의 비교에서 더 이상 열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결과적으로 당연한 고평가를 받으며, 본작은 전통적인 고전미와 우아함, 웅장함을 동시에 담은 클래식이 되었고 과거와 현재 음악 스타일의 융합으로 평론가들에게도 극찬(피치포크는 이 음반을 무려 9.5점으로 평가했다.)을 받았다.
전작에 이어 드레이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칸예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다. 나탈리 콜의 'Someone That I Used To Love' 의 청아한 피아노 건반을 샘플링한 인트로 'Wake Up Mr. West'는 앨범 전체의 톤을 예고하며 다음 곡으로 유려하게 흘러간다.
토미 제임스의 'Candy Maker' 중 빈티지한 질감의 드럼이 입장하고, 마찬가지로 'Someone That I Used To Love'의 선율이 멜로디를 우아하게 수놓으며 오프닝 트랙 'Heard 'Em Say'가 시작된다. 애덤 르빈 특유의 믹스보이스 팝 보컬은 칸예의 비트에 아름답게 감기며 곡의 프로덕션과 메시지에 호소력을 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칸예는 여유롭게 플로우를 전개하며 흑인 사회의 가혹한 현실에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그 안에 사는 한 명 한 명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며 컨셔스 힙합 앨범인 본작의 정체성을 다시금 정의한다.
커티스 메이필드의 명곡 'Move on Up'을 샘플링한 'Touch The Sky'는 바로 전 트랙의 적막을 깨고 그 강력한 호른 연주로 장대하게 앨범의 본격적인 포문을 개방한다. 저스트 블레이즈는 <The Blueprint> 시절의 동기를 위해 그가 제공할 수 있는 최상급 품질의 재조립된 메이필드 클래식을 칸예에게 선사하고, 청자를 절로 승리감에 도취되게 만드는 비트 위 최고를 향해 정진해 온 칸예의 자신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과거 막막한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시절과 성공을 거둔 현재를 비교하며 그 환희와 야망을 감추지 않는 칸예의 가사는 힙합의 공식에 완벽히 부합했다. 지금과 달리 옛된 목소리를 가졌던 루페 피아스코 또한 당시 풋풋한 신인답게 패기 넘치는 피쳐링 벌스를 올리며 특유의 수려한 라임과 펀치라인을 수놓고,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성공의 발판을 쌓았다.
'Gold Digger'는 칸예 웨스트 본인의 커리어뿐만이 아니라 힙합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성공한 명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무려 10주 동안 1위에 군림하며 2000년대에 가장 성공한 히트곡이 되었다. 거장 레이 찰스의 명곡 'I Got A Woman'(영화 <레이>에서 열연한 제이미 폭스의 커버 버전)을 샘플링하고 흥겨운 드럼을 더한 이 곡은 남성과 여성의 건강한 협력 관계를 다룬 원곡과 달리 뒤틀린 욕망으로 점철된 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문란한 성생활을 바탕으로 남성에게 달라붙어 돈을 챙기는 소위 '꽃뱀' 여성들의 물질만능주의와 그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욕망하는 남성들의 외모지상주의를 동시에 겨냥하는 칸예의 랩은 비트에 탄력있게 감기며 주제와 상반된 그루브를 형성한다. 일전부터 유사한 주제에 대해 논해왔던 칸예식 풍자 트랙의 정점이라 평할 만한 곡이다.
행크 크로포드의 'Wildflower' 샘플(투팍이 4집 <All Eyez On Me>의 수록곡 'Shorty Wanna Be a Thug'에서 샘플링하는 등 상당히 많이 샘플링된 곡이다.)을 우아하게 재정렬한 'Drive Slow'가 등장하며, 앨범은 본격적으로 우아함을 더해간다. 빈티지한 드럼, 건반과 호른이 만들어가는 세련미는 타 힙합 트랙에서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우아함과 관능미까지도 낳으며 청자를 집중시킨다. 칸예 웨스트, 폴 월, GLC, 3명의 래퍼는 차례로 돌아가며 잔잔하게 그루브를 타고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랩을 통해 여유로운 향락 생활을 그려낸다.
본래 <Be>에 수록될 예정이었던 커먼의 인터루드 'My Way Home'은 질 스콧 헤론의 'Home Is Where the Hatred Is'를 통샘플링한다. 역시 리릭시스트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예술적인 비유로 흑인 사회의 빈곤과 약물 중독을 진단하는 커먼은 앨범의 흐름을 잠시 중지함과 동시에 향후 칸예가 앨범에서 논할 주제를 예고한다.
뉴욕 커뮤니티 합창단의 'Since You Came in My Life' 샘플과 콜드 그리츠의 'It's Your Thing' 속 묵직한 드럼을 포함하는 'Crack Music'은 훅에서 더 게임이 남성적으로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며 참여했다.(둘은 프리스타일 대결에서 만난 인연으로 2005년, 서로의 앨범에 비트와 피쳐링을 제공했다.) 칸예는 의식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미국 사회에 만연한 약물 중독과 정치적 문제 등을 진지하게 비판한다. 레이건의 정책으로 인해 흑인 빈민가에 마약이 유입되며 가속화된 미국의 인종 간 빈부격차를 입체적인 표현들로 빗대어 지적하는 칸예의 랩은 프로덕션의 훌륭한 완성도에 힘입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빌 위더스의 'Rosie'를 샘플링한 'Roses'는 그야말로 앨범의 숨겨진 명곡 중에서도 명곡이다. 샘플은 칸예의 손과 토니 윌리엄스의 목소리를 거치며 치가 떨릴 정도의 우아함과 비련함을 발산하고, 그 위에 칸예는 자신의 모든 스토리텔링 랩 중에서도 극적인 벌스를 올린다. 칸예가 앨범 제작 시기 당시 실제로 경험한 할머니의 임종 위기 상황을 담은 가사는 병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마냥 생생하다. "I know it's past visiting hours, But can I please give her these flowers?(면회 시간이 지난 건 알고 있지만, 할머니께 이 꽃다발을 드릴 순 없을까요?)"라는 라인부터 시작해 NBA 비유를 통한 자본주의적 의료 시스템의 폐해, 심각한 상황에도 칸예에게 티셔츠에 사인을 요청하는 간호사, 그리고 할머니의 병실에 모인 가족들을 '장미'로 비유하는 마지막 문장까지 한 줄의 가사도 지나치게 둘 수 없을 만큼 본 트랙은 프로덕션과 가사 양면에서 최고조의 감각을 보여준다.
바이올린과 첼로 등 앨범 내에서 가장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담아 보다 고전적으로 완성된 'Bring Me Down'은 칸예 특유의 비장미가 넘쳐나는 곡이다. 브랜디의 소울풀한 보컬이 곡의 감정선을 고조시키는 와중, 자신의 헤이터들에게 강하게 대응하고 자신의 성공이 결코 이유 없던 것이 아님을 주장하는 칸예의 랩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조차 찾을 수 없었다.
에타 제임스의 'My Funny Valentine'을 샘플링하고 차핑 후 다듬은 'Addiction'은 앨범 중반부의 공허한 우아함을 상징하는 곡이다.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여성들과 향락적인 성생활을 즐기는 칸예는 당연하게도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번진 약물 중독과 향락적인 삶을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관능적인 베이스 스트링과 단란한 드럼셋이 약동하는 가운데 "You make me smile"이라 말하는 에타 제임스의 한 마디는 곡 후반부에서 쓰리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는 칸예의 목소리와 대치되며 묘한 미학적 조각으로 끼워맞춰진다.
그 저명한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007: Diamonds Are Forever)>의 테마곡, 셜리 배시의 'Diamonds Are Forever'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는 그야말로 앨범 최고의 명곡이라 평할 수 있을 만한 역사적인 트랙이다. 셜리 배시의 위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이는 원곡 샘플을 뼈대로 설정하고 드럼, 호른, 베이스, 첼로, 키보드 등 한계를 뛰어넘은 음향적 웅장함을 구현하기 위해 동원한 악기들이 트랙 위에서 생동하는 비트는 그 자체로 힙합의 예술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칸예는 시에라 리온의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일어나는 흑인에 대한 착취와 그들의 고통을 다루고, 그 선혈이 묻은 다이아몬드를 다시 다른 흑인이 소비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다룬다. 한편 제이지의 피쳐링은 힙합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등장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칸예의 벌스 중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제이지는 특유의 고급스러운 톤과 깔끔한 플로우로 앨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벌스를 소화하며, 그 주제는 비록 본인의 상업적 성공에 대한 것이라 하나 가사와 플로우의 수준이 압도적으로 훌륭했기에 리스너와 평론지를 불문하고 만장일치로 찬사를 받았다.
칸예가 아니고서야, 제이지가 등장한 곡 바로 뒤에 나스가 피쳐링한 곡을 수록할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We Major'는 힙합 오케스트라로서 앨범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예시이다. 존 브라이언의 지휘 하에 전개되는 장대한 호른과 화려한 피아노 연주가 오렌지 크러시의 고전적인 'Action' 드럼 샘플을 감싸며 앨범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곡이 완성된다. 리얼리 도의 독특한 악센트가 귀에 익는 훅의 중독성과 함께, 칸예는 흑인 남성으로서 겪는 책임과 성공의 과정을 논한다. 나스는 과거 그의 디스전 대상이 바로 전 트랙에서 선보인 활약에 결코 뒤지지 않는 라임을 써내렸다. 'N.Y. State Of Mind'의 오마주마냥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며 시작하는 그의 플로우는 그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환희에 찬 토니 윌리엄스의 보컬이 브릿지에서 화룡점정을 장식하며 오케스트라는 더욱 더 웅장해지고, 힙합에서 느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카타르시스가 청자들을 덮친다.
90년대 힙합에 'Dear Mama'가 있었다면, 00년대에는 이 곡이 있다. 'Hey Mama'는 칸예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곡이다. 도날 리스의 'Today Won't Come Again'을 샘플링하고 통통 튀는 드럼과 보코더로 변조된 백그라운드 보컬, 그리고 신시사이저를 첨가한 곡은 프로덕션 형태적으로 미학적일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진심이 느껴지기에 더욱 아름답다. 칸예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듬뿍 담아 그녀께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곡의 가사는 칸예의 모든 가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감동적이다. 어린 시절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났지만 두 부모 못지 않은 어머니의 무한정한 사랑을 받던 옛날을 회상하는 칸예는 어머니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전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은혜를 갚는다.(생전 돈다 웨스트의 전화 벨소리는 다름 아닌 'Hey Mama'였다고 한다.) 곡의 후반부, 어머니를 반복해 부르는 칸예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떤 이보다 진한 효심과 절대적인 사랑이 느껴진다.
케이 지스의 'Heavenly Dream'을 샘플링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미한 'Celebration'은 그야말로 축하와 환희의 정수를 담은 듯한 프로덕션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삶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성공을 축하하며 마음껏 파티를 벌이는 내용에 걸맞는 최고의 음악이다.
오티스 레딩의 클래식 'It's Too Late'이 잔잔히 시작된다. 곧 드럼이 떨어짐과 동시에 스웨거로 충만한 칸예의 플로우가 전개되고, 이후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시작되며 곡의 구성은 천천히 확장된다. 변화무쌍한 프로덕션적 확장성이 돋보이는 'Gone'은 명반의 마지막 트랙에 걸맞는 여운을 남긴다. 자신의 성공을 찬양하는 칸예의 플로우를 중저음의 캠론이 이어받으며 자신은 여기에서 사라질 수 없을 정도로 잘 나가고 있음을 피력한다. 컨시퀀스는 친구의 죽음으로 시작해 범죄와 불신이 지배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 삶과 함께 사라지겠음을 밝히고, 칸예는 그가 전개할 수 있는 최선의 플로우로 자신이 사라지겠음을 이야기한다
보너스 트랙인 'Diamonds From Sierra Leone'은 앨범에 포함된 리믹스 버전과 약간 다른 편곡을 거쳤으며, 다이아몬드에 흑인에 대한 비극적 착취와 황금만능주의를 투영시켜 그에 대해 논하던 리믹스 버전과 달리 정석적인 스웨거 트랙으로서 라카펠라의 다이아몬드 로고를 투영시킨다. 리믹스 버전보다 더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칸예의 플로우와 펀치라인은 크게 호평받으며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원곡이 리믹스 버전만큼이나 사랑받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샘플과 오케스트라의 조합이 마치 자장가를 연상시키는 'Late'는 왓넛츠의 'I'll Erase Away Your Pain'를 샘플링하며 학교, 파티 등 모든 상황에서 늦은 칸예 자신의 모습을 털어놓는다.
앨범에서의 랩
칸예의 랩 퍼포먼스를 제한다면 이 앨범을 소울 앨범의 일종이라고 분류해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본작의 정체성을 힙합 앨범으로서 규정하는 가장 중대한 요인이 칸예의 랩이라는 뜻이다. <Late Registration>에서의 칸예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칸예, 그리고 <The Life Of Pablo>의 칸예와 함께 래퍼로서 가장 물올라 학교 3부작(The College Dropout-Late Registration-Graduation)으로 대표되는 올드 칸예 시기에서 최고조의 실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The College Dropout> 제작 당시의 부상을 극복하며 본래의 정확한 발음을 되찾고 1년이란 기간 동안 꾸준히 랩 연습을 거쳐 실력을 한 층 상승시킨 칸예는 여러 곡에서 내로라하는 객원 래퍼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인상적인 래핑을 선사한다. 'Diamonds From Sierra Leone', 'We Major', 'Gone' 등 여러 트랙에서 그는 자신이 지닌 강점을 최대치로 발휘한다. 특히 플로우에서의 발전이 돋보인다. 1집 플로우의 일직선적 경향을 극복하고 더 노련한 플로우를 구사하는 칸예는 비트의 박자에 따라 라임의 수를 조절하고 라인을 절단하며 더 강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그 외에도 더 견고해진 목소리와 원 상태로 회복된 구강을 바탕으로 가사에 대한 탁월한 전달을 한다는 점이 호평받을 만 하다.(필자는 칸예의 시카고 악센트를 전달력 저하 요소가 아닌 래퍼의 개성으로 여긴다.) 제이지와 나스 같은 최고 수준의 래퍼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폴 월, 캠론, 컨시퀀스 같이 랩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래퍼들과 대등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인 칸예에게 '랩'스타라는 칭호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본작에서 벌스를 제공한 타 래퍼들의 활약이 다소 미약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그 중에서도 제이지는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에서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한 피쳐링 벌스를 남기며 그가 역사상 최고의 래퍼로 불리기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루페 피아스코, 폴 월, 커먼, 나스, 캠론, 컨시퀀스 등 또한 그들의 명성에 아깝지 않은 훌륭한 벌스를 소화했다. 또한 애덤 르빈, 제이미 폭스, 브랜디 등 피쳐링으로 참여한 보컬들도 흠없는 가창으로 칸예의 지휘봉에 맞춰 하나 같이 기억에 남는 활약을 남겼다.
하지만 준수한 래핑보다도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전작에서도 이미 한 차례 호평받았던 가사다. 비록 이때까진 라이밍과 비유를 포함한 작사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칸예는 리릭시스트의 반열에 근접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앨범에서 꽤나 뛰어난 라인들을 선보였다. 가사의 내실을 과거의 내로라하는 MC들에게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칸예라는 아티스트만이 가지는 위치가 더할 나위 없이 독특하기에 그 주제나 표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래퍼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시작한 경력,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음악적 역량, 빈민가 출신이었던 타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중산층 출신이라는 점 등 단적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다면적인 그의 특성은 랩 씬에서 그를 격리시키기는 거녕 스페셜리스트로 승격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배경은 후술할 칸예의 가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Late Registration>은 컨셔스 힙합 앨범이었던 1집의 정수를 이어받아 자전적인 서사를 기본적인 중추로 구성하면서도 미국 사회와 흑인 사회 비판을 계속 이어가며, 동시에 그 폭과 세세함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Gold Digger'(물질만능주의로 왜곡된 이성 관계), 'Crack Music'(마약에 중독된 흑인 사회), 'Roses'(미국 의료 시스템의 현실), 'Addiction'(약물과 섹스 중독), 'Diamonds From Sierra Leone (Remix)'(자본주의 체계의 폐해) 등에서 다양한 주제을 조준하는 칸예는 단순히 일방적이고 일차원적인 비판만을 가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이자 중산층 흑인 남성으로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미국 사회의 약점들을 돌아보는 칸예는 타 래퍼들이 보지 못했던 중대한 문제점을 짚어내며 이를 비꼬고 풍자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지 또한 일부 느껴지긴 하지만, 칸예의 컨셔스는 보다 '묘사'에 가깝다. 칸예는 그저 독자적인 사상을 가진 한 미국인 남성으로서 자국의 문제에 혼란을 느끼고 의문을 표할 뿐이다. 변화는 음악을 들은 사람들의 몫이다.
물론 다른 랩 앨범과 마찬가지로 성공에 대한 찬가 또한 앨범에서 꽤 인상 깊은 순간으로 남았다. 'Touch The Sky', 'Bring Me Down', 'We Major', 'Celebration' 등 앨범에서 그가 빛나는 순간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Hey Mama'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공 후의 영광을 기꺼이 어머니께 돌리며 내면의 여린 면과 진심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칸예의 모습은 당시까지 비교적 마초적인 성향을 띄고 있던 힙합 씬에서 찾기 어려운, 매우 진취적이고 따뜻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총평: 10/10
최애곡: Hey Mama
Jay favorite line: "Dawg, in due time!"
제이지가 제일 좋아하는 말, "자식, 때 잘 만났네!"
Now he look at me, like, "Damn, dawg! You where I am!"
이제 그는 날 보며 이렇게 말해, "젠장, 이 자식아! 너도 나랑 같은 급이야"
A hip-hop legend
힙합의 전설이라고
I think I died in an accident, cause this must be heaven
난 내가 사고로 죽은 줄만 알았지, 여기가 바로 천국임이 틀림없었거든
Kanye West, 'Touch The Sky (Feat. Lupe Fiasco)'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