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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unity
MINJUEUN.
섬세하고 우아하면서도 숨막히는 청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Jon Hopkins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Immunity는 그의 커리어 내에서 가장 성숙하면서도 발전된 결과물일 것이다.
그간 그는 엠비언트 뮤직의 대부, Brian Eno와 함께한 [Small Craft on a Milk Sea]에서 확연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Coldplay의 인생을 바꾼 앨범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또한 [Diamond Mine EP]에서 King Creaosote와 함께 굉장히 미묘한 일렉트로닉-어쿠스틱 분위기를 창조해냄과 함께 영화 Monsters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스트링 기반 ost를 제작하기도 했다. 다시 그의 개인 커리어로 되돌아가자면, 01년에는 1집 [Opalescent]를, 04년에는 [Contact Note]를 발표하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2009년의 [Insides]는 인상적인 idm 앨범이었지만, 런던 왕립음악대학 출신임을 나타내는 클래식한 요소와 공격적인 댄스플로어-잡음의 충돌은 인공적이면서도 작위적이었다. 이미 장학금까지 준비해뒀던 런던 왕립음악대학의 3학년 교수의 부름에 앰비언트, IDM 뮤지션이 되겠다던 Jon Hopkins의 대답이 이러했을까. 하지만 런던 동쪽의 스튜디오에서 9개월간 칩거하며 준비한 4집 [Immunity]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까지 내게 음악이란 French house와 작위적인 다운템포, (Avicii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지루한, 같은 플롯만을 가지고 나오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귀에 닳도록 들리지만 끔찍하리만큼 상업적인, 마치 자극적인 사탕 같은 양산형 아이돌 음악만이 나의 상상가능한 유일한 음악적 경험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Immunity] 같은 일렉트로닉의 명반, 마이크로하우스의 외침은 나에게 아마도 비틀즈의 [Rubber Soul]을 처음 들은 비치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의 기분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마치 힙노스와 파나토스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알케스티스를 살리고자했던 헤라클레스와 타나토스를 골탕먹인 시지프스의 중간을 표방하는, 이리 저리 움직이도록 하는 작은 글리치와 미묘한 질감의 교란, 현장 녹음 스코어들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이 앨범은 마음을 울린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심지어 가장 공격적인 순간에서도 이 앨범의 분위기 연출은 부드러운 포옹과 따뜻한 담요, 겨울 바람에 대한 이지스처럼 느껴진다. 뇌를 울리는 베이스 라인은 우주적이고 형용할수 없는 비-방향성 이동을 마주친다. 우주의 불일치 본질에 면역(Immunity)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생명력으로 경계를 이루고 몸부림치면서 더 느슨하고 기름지고 유연하면서도 위험한, 공격적인 댄스플로어는 다른 모든 것을 어둡게 밀실하고 축축하면서도 화창한 피아노를 바람, 파도, 갈매기로써 하여금 깨끗하게 씻어낸다. 클래식과 일렉트로닉 뮤직, 전자음과 자연음의 조화는 흠잡음 없이 이루어지며 그것의 경계를 무너드린다. 많은 일렉트로닉 뮤직이 자신만의 밀폐된 세계를 창조하지만 [Immunity]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받아드리며 인간의 경험 안에 있는 아름다움만을 상기시킨다.
앨범은 싱코페이션된 멜로디가 우리의 머릿속을 파고 드는, 때로는 너무 멀리 느껴지면서도 밀도 있게 나에게 속삭이는 사운드 디자인을 담은 Jon Hopkins의 초자연적인 프로듀싱, “We Disappear”로 시작된다. 조각난 퍼커션과 베이스로 점점 더 흥분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부인할수 없는 바운스의 실리콘 고무처럼- 책상 위에서 드럼을 치고, 근처에서 우연히 녹음된 불꽃놀이의 속도를 늦추며 비트와 멜로디를 처리하고 페달을 두드리고 현을 켠다. 세심하게 형성된 공명과 함께 넓고 깜박이는 대위법은 그의 고전적인 배경을 보여주면서도 완벽한 호기심으로 앨범의 질감과 분위기를 확립하며 저음의 럼블과 챈트를 통해 벨과 리버브의 아웃트로로 백색소음으로 뒤덮인 정적인 저녁의 서막을 알린다.
이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어둠과 인파를 해치고 “Open Eye Signal”의 댄스 플로어로 항햔다. 의심할 여지없는 가장 매력적이면서 공격적인 괴물같은 곡은 톱니바퀴처럼 긴 신디사이저와 덜거덕거리는 퍼커션, 더 어둡고 더 거칠고 왜곡된 베이스라인을 통해 저항적인 청자들에게도 고개를 끄덕이도록 하지 않을까. 가벼운 킥과 하이햇에서 서서히 그 강도를 높여가고 앰비언트 사운드까지 점입하며, 마지막 스트레칭에서 터무니 없이 무거운 브레이크다운으로 전환하면 이 댄스 플로어는 발밑에서 흔들리며 강렬하고 분열적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러한 경직된 댄스 플로어는 “Breath This Air”가 연주될 때, 결정적인 합성을 동반하는 진정하고 감성적인 피아노에 대항한다. 노래를 점진적인 광상곡으로 이끄는 피아노, 서정적인 주변 풍경과 나른한 킥, 일종의 청각적 멜버른 셔플은 자칫 무난한 하우스 비트로 일관할수 있었던 이 곡에 마이크로하우스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관능적인 신음을 그렇게 우아하게 사용한 유일한 경험인 “Collider”는 삐걱거리는 타악기 패턴을 반복하는 마이너 코드와 맥동하는 베이스는 이 트랙이 살아있고, 가깝고, 활기를 느끼도록 해준다. 산발적인 방식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고 본능적인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느리고 변조된 불꽃, 잃어버린 편린에 대한 축하. “Abandon Window는 이전 30분과는 전혀 다른 극도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Brian eno의 영향을 떠올리게 하는 오리지널 앰비언트(사실 이 앨범의 Asleep version을 들으면 훨씬 앰비언트에 가까운 그의 음악을 들을수 있다.)와 드론 사운드는 슬프면서도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어쿠스틱 피아노로 연주되는 교회적 코드의 연속으로 함께 거대한 사운드 캔버스를 형성한다. 이윽고 우리는 다운템포 곡인 ”Form By Firelight“으로 넘어간다.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흔히 볼수 없는 섬세함을 느끼도록 해주면서도 다시금 비트와 글리치한 베이스가 돌아온다. 그렇지만 여느때와 같이 진부한 나이트클럽/컴다운 내러티브와는 차원이 다른 하모니를 건설한다. 초창기에 다운템포 곡으로 평론가한테 많은 비판을 받던 그가 역설적으로 다운템포 곡을 통해 분열적인 요소으로 하여금 다양한 청각적 경험을 연출하며 마침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앨범을 만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10분이 넘는 상당히 긴 곡인 ”Sun Harmonics“로 넘어간다. 여러 가지 청각적 요소는 훨씬 더 모호해지지만 감정은 계속 날아가고, 마치 수정처럼 선명한 연출은 여전히 음반의 보석으로 빛나고 있다. 행복하면서도 정태적인 소용돌이를 통해서-Chemical Brothers가 떠오르는 테크노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우리의 서사시 여정의 목적지는 이제 타이틀곡만을 남겨둔다. 어쩌면 졸릴수도 있는 놀라운 아름다움은 틈없이 따뜻한 자장가를 연상시킨다. 덜컥거리는 레가토 피아노가 삐걱거리는 리듬을 바꾸는 타이틀곡은 [Diamond Mine EP]에서 함께한 King Creaosote를 불러와 절제된 음색을 더해 몽환적인 결말을 이룬다. 혼돈 속의 평온함의 순간으로 잊혀지지 않는 피아노가 리버브에 천천히 휩싸인다. 이 모든 것이 놀랍도록 본능적이고 관능적이며 자신감 있는 전자 레코드에 추가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을 유지한다. 새로운 유대감이 가져다주는 무적함의 느낌을 포착하면서 앨범의 아웃트로로써 완벽하게 의미가 있다.
8개 트랙에 걸쳐 1시간 길이로 구성된 이 앨범의 요소들은 경험의 일관성을 더할 뿐이다. 잊을 수 없고 영원히 재생할 수 있을 것이다. ,Jon Hopkins는 전자 음악의 제약을 뛰어넘는 음반을 만들었다. 인간의 감정에 깊이 빠져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전자악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통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 Jon Hopkins는 그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술의 세계에서 거의 닿지 않는 감정의 높이를 달성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마도 이것은, 결국, 우리가 피아노에 기대어 듣는, 반드시 지나간 시대에 대한 독백일 것이다. 장르를 초월하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걸작인 이 음반은 내가 들어본 경험 중 가장 매혹적이고 만족스러운 경험 중 하나이다. 결국 난 이 앨범을 들은 이후로 음악 감상이 취미가 되었고, 화성학을 공부했으며, 기타와 피아노,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연주했으며, Aphex Twin, Autecher, Portishead, Massive Attack, Boards of Canada같은 일렉트로닉 뮤직의 거장들과 Messiaen, Philp Glass, Karlheinz Stockhausen등의 뮤지션으로 대표되는 현대음악 그리고 Miles Davis, Pharoah Sanders, Keith Jarrett 같은 분들이 유명한 재즈와 더 나아가 Mbalax, 아프로훵크, 슈게이징, Khyal, Dhrupad, Qawwali, vichitra veena, 스웨덴의 progg movement, spiritual재즈같은 전위적이면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음악까지도 듣게되는 계기가 되었고, 인생에서 상당히 행복한 경험이었다.